요즘에 플레이 준비하거나 NPC를 만들거나 할때 신경쓰는 부분에 대한 잡담입니다.


NPC든 PC든 캐릭터를 플레이할 때 특별히 신경쓰지 않으면, 상대의 말에 적당히 상식적인 대답이나 반응을 하고, 적이 나오면 싸우고, 능력을 쓸 기회가 생기면 쓰는 기계적인 캐릭터가 되기 쉽습니다. 플레이 하는 사람이야 머리속에서 그런 모습 위에 얼마나 멋진 환상을 덧씌워놓고 만족하는지는 알 길 없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선 지루하죠.


그래서 캐릭터를 딱히 남이 보기에 아주 재미있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이야기 흐름에 굴곡을 만들정도... 그러니까 그 캐릭터가 있었기에 이야기가 이런 흐름으로 바뀌고 형성될 수 있었다는 흔적이나 이야기에 대한 "영향력"이나 존재감을 만들 정도로는 만들려고 애쓰고 그런 잣대를 강요(?)하는 편입니다. 아무렴 캐릭터란건 이야기에 대한 영향력이 있도록 만들어야 하겠네요.


그정도 수준의 같이 놀만한 제대로 된 성격 만드는 작업은 그냥 어딘가에서 본 작품에서 모방한것을 약간 바꾸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하니 아무래도 원작과 유사상황이 아니면 겉핥기 성격이 되더군요. 결국 자기가 자기 캐릭터의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나름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 외의 상황에서 역시 기계적으로 흐릅니다. 픽션 주인공으로서 종종 나오는 어떤 류의 그럴듯한 행동패턴('불살의 원칙')이 마음에 들어서 배꼈는데, 어째서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지 파악해야하며, 그 원리가 초자아적 도덕관념인지 자기만족인지 신성시한 신념같은건지 집착 등인지에 따라 언행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즉, 이왕 배껴오려면 행동패턴 그자체나 버릇을 배껴오는게 아니라 원리까지 배껴와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게 캐릭터를 '이해한다'라는 의미이려나 싶습니다. 원리의 이해없이 백날 겉의 원칙이나 행동 패턴만 배껴와서는 다운그레이드 카피에 지나지 않고, 그건 전에 종종 언급한... 폼나는 캐릭터 표현을 다른 픽션에서 학습하고 준비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입니다.


그런 '이해'의 잣대는 지금까지 살면서 스스로 이해한 "자신의 성격 원리"라는 창으로 투영해서 잣대를 들이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원작에선 없었지만 그 캐릭터가 할 법한 행위가 어떤건지 짐작이 가고 기계적 행동으로 떼워지던 공백이 메꿔지는 듯하더군요. 재현이 목적이 아니므로 그 창으로 인한 변형과 재해석은 당연하고 오히려 단순모방이 안되는 길이겠죠. 말하자면 신경써서 만드는 모든 남자 캐릭터들은 성격 모방의 의미에서 저 자신의 반영이거나 분신이거나 일부입니다. 그 캐릭터 성격 원리의 그럴듯한 표현 방법은 그게 성립된 다음에야 연구하는게 원칙이려나 싶네요.


문제는 '여자' 캐릭터인데, 아무래도 남자다보니 '진짜 여자'는 이해못하는 부분이 어느정도 있어서 이제보니 꽤 높은 벽으로 느껴지게 됬습니다. 자평하기에 제가 플레이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남자 캐릭터보다 더 평면적이고 더 기계적이며 더 전형적입니다. 거기에 편벽한 취향까지 반영되니 눈뜨고 못보게 되죠. ㅎㅎ 결국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는 인간으로서의 캐릭터 성격의 원리를 이해한다기보단 포기하고 그 대신 저 자신의 '취향'이나 '욕구'를 노골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여 재현하려는 쪽이 되죠. (ex. 소년들이 흔히 "전투미소녀"를 선호하는 이유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되면 아무래도 독립된 인격이라기보단 대상화(?)되기 마련이지만, 현재로선 저 자신의 여성적 자아같은 거라도 인지되고 각성하지 않는 한 이게 한계라고 깨닫게 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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