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GURPS를 플레이해와서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면 은근히 룰이 헷갈리거나 잘못 아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투 진행과정에 대해 먼저 한 번 깔끔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목표는 GURPS에서 제공하는 룰로 전투의 전후 과정을 어떻게 구현하는가를 살펴보는 겁니다. 정리하다보니 제 생각도 꽤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1. 조우.

  * 감각 판정: 특히 이쪽이나 상대가 [은밀행동]으로 숨어있거나 할 때 꼭 필요합니다. 통상 [지각력]에 해당 [감각예민] 보너스를 받고 판정하지만, 능동적으로 찾는 경우 [관찰]이나 [수색]도 가능(p.358, 감각 판정). 매복이나 기습을 파악하기 위한 판정은 [전술]과 [지각력] 중 더 높은 쪽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p.216, [전술] 기능). 제 생각엔 지각력 기반의 [전술] 판정도 좋을 거 같아요.

  * [위험 감지]: 이거 빠뜨리기 쉬운데, 뒤늦게라도 플레이어가 말하면 적용해야겠죠. 따로 동료들에게 알려서 준비할 시간이 없다면, [위험 감지]가 있는 인물만 기습에서 면제받는게 적당할 거 같습니다. 

  * [전술]: 미리 준비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술] 판정을 해서 유리한 위치(엄폐물 뒤나 고지 등)를 점할 수 있습니다 (p.216, [전술] 기능).

  * [은밀행동]과 조우 거리: [은밀 행동]을 이용해 몰래 접근할 때, 얼마만큼까지 다가갈 수 있느냐가 하나의 문제입니다. 룰북에서 따로 명시적으로 나와있는 건 없는 거 같아요. 대략 가장 가까운 엄폐물까지라고 생각하면 될른지... 저는 편의상으로 [이동 공격](혹은 [전력 공격]까지도)으로 닿을 수 있는 거리(즉, [이동력]이나 [이동력]의 절반) 쯤으로 둡니다. 한편 아예 보초 뒤에 다가가 목 조르기를 하고 싶다든가 할 땐 또 페널티를 얼마나 매겨야 할지 난감하죠.


2. 기습과 우선권. (캠페인북 p.393)

  * 완전 기습: 방어자들이 전혀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상태. 단, [전투반사신경]이 있는 인물은 얼어붙지 않고, 완전 기습을 부분 기습으로 봅니다.(기습에서 벗어나려는 IQ 판정에도 +6)
    1) 기습당한 쪽은 1d 초간 정신적 충격 상태.
    2) 이후 매턴 IQ 판정. 성공시 그 턴까지만 [행동없음]을 취하고 다음 턴부터 행동 가능.

   : 즉, 1d 초 + 성공해도 1초니까, 최소 2턴 동안은 [행동없음]입니다. 이 정도면 뭐 GURPS에선 끝장이죠.

  * 부분 기습: 양쪽이 조우의 가능성을 예상한 경우.
    1) 우선권 판정
        - 양측 리더가 1d.
        - 리더에게 [전투반사신경]이 있으면 +2. 리더는 없어도 다른 멤버 중에 있으면 +1.
        - IQ가 높으면 +1. ([전술]도 IQ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해도 좋을 듯)
        - [전술]에 CP를 썼으면 +1. 실력 20 이상이면 +2.
        - 상황에 따른 보너스
    2) 기습당한 쪽은 정신적 충격 상태. 완전 기습의 2)처럼 자기 턴에 IQ 판정. 매턴 +1 누적 보너스.

    : GURPS의 기습은 워낙 강력해서, 부분 기습만으로도 전투의 판세가 결판나는 경우도 흔해요. 특히 첫 턴에 [전력공격]을 퍼붓거나 하면요. 이게 마음에 안 든다면 [전력 공격]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시작하는게 한 방법입니다.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또는 부분 기습 규칙을 쓰지 말고 그냥 턴 순서대로 진행하는 방법도 있고요 (특히, 양측이 서로를 예상한 경우라면).
      한편, 부분 기습 규칙을 쓰면 어떤 경우는 이쪽이 기습해들어갔는데, 오히려 역으로 기습당한 결과가 나오기도 해요. 그것도 나름 현실적일 수 있지만 불편하다면, 1)에서 상황에 따른 보너스를 많이 주거나 아예 그냥 부분 기습 성공했다고 치고 들어가도 좋을 듯 해요. (애초에 기습 규칙 자체도 쓸지 안 쓸지 정할 수 있는 옵션이니.)
      기습 규칙을 쓰면 [전투반사신경]이나 [전술]이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특히 [전투반사신경]의 경우, 완전 기습을 당할 상황에서도 자기 턴에 IQ+6으로 판정하니, 거의 1턴만 쉬고 곧바로 대응할 수 있죠.


3. 턴 순서. (캠페인북, p.363)

  * [기본 속력] 순서대로. [속력]이 같으면 DX가 더 높은 쪽. 전투 시작할 때, 한 번 정리해두고 시작하는게 편합니다.
  * GURPS에선 턴 순서를 마음대로 미룰 수 없습니다. [대기] 행동은, 1) 특정 상황과, 2) 그 때 취할 행동을 지정해둬야 합니다. 단순히 "대기할게요"했다가 뒤에서 맘대로 끼어들 수 있는게 아니란 점을 유의.


4. 공격/방어 처리.
  : 이 부분은 비교적 간결하지만, 그래도 간단히 흐름만 설명할게요.

  1) 공격: 대성공일 경우, 상대는 방어하지 못합니다. 공격 대성공 표 판정 (캠페인북 p.556).
              대실패일 경우, 공격 대실패 표 판정 (캠페인북 p.556)
  2) 방어: 대성공일 경우, 상대는 공격 대실패 표 판정 (캠페인북 p.556).
             [받아내기] 대실패일 경우, 공격 대실패 표 판정 (캠페인북 p.556).
             [피하기] 대실패면 넘어집니다.
             [막기] 대실패면 방패를 놓치고, 다시 사용하려면 한 턴 동안 [준비] 필요.
  3) 파괴력(대미지) 굴림: 때리기는 최소 0점. 나머지는 최소 1점.
  4) DR 차감
  5) DR을 통과한 피해를 '피해 배수'만큼 곱해 그만큼 HP를 깎습니다.


5. 부상 처리. (캠페인북 p.419~)

  1) 쇼크: 잃은 HP 1점 당 DX, IQ -1 페널티. 명중 판정은 영향 받지만, 능동 방어는 영향받지 않습니다.

  2) 중상과 녹다운: HP의 1/2를 넘거나 신체 부위가 불구 상태가 되는 피해가 들어오면 HT 판정.
    * 녹다운과 충격 상태: 쓰러집니다. 다음 턴에 [행동없음]. 능동방어 -4, 후퇴 불가.
                                  5 이상 차이 실패거나 대실패면, 의식을 잃습니다.
    * 얼굴/주요장기/두개골/눈
      - 중상이 아니어도 쇼크를 발생시킬 만큼 피해를 입으면 위와 같이 HT 판정.
      - 중상일 경우, 얼굴/주요장기(샅 포함)는 HT 판정에 -5, 두개골/눈은 -10. (의식을 잃기 쉽죠)
    * [고통에 강함]: 쇼크 페널티 없음. 녹다운/충격 저항에 +3.

  3) 총 HP의 1/3 미만으로 떨어지면: [이동력], [피하기]가 절반으로.

  4) 0 HP 이하: 자기 턴 시작마다 HT 판정, 실패하면 기절. 
    : 이게 은근히 오래 버티는 경우가 나오는데(-_-), 필요하면 편의상 HP 0으로 가면 바로 기절한다고 해도 좋을 듯. 특히 졸개 NPC인 경우에요.

  5) -1 x HP 이후: HP의 배수에 달할 때마다 생사 판정.

  : 쇼크나 중상, 빈사 상태 등 때문에 GURPS는 한번 판세가 기울면 끝장나기 쉽습니다. 중상 먹고 [행동없음] 들어가서 [전력공격]까지 받으면, 보통 버텨낼 장사가 없지요. 따라서 방법은 1) 잘 안 맞는다, 2) 덜 아프게 맞는다, 3) 맞아도 버틴다 입니다. 잘 안 맞으려면 능동 방어를 높여야 하고요, 덜 아프게 맞으려면 DR이 높아야죠. 이 둘에 비해 3) 맞아도 버틴다...는 보다 위험한데(결국 피해가 쌓여가니까), 그래도 하려면 [고통에 강함]이 필수입니다. HP와 HT를 높여 맷집도 키워야 되고요.


6. 전투의 종료.

  * 모두 끝까지 싸울 필요는 없다: D&D 등을 하던 관성이 붙어 GURPS 전투는 적을 전멸시키는 쪽으로 가기 쉬운데, 꼭 그럴 필요는 없죠. 어느 정도 전세가 기울면, 마스터 재량 혹은 [위협] 판정이나 반응 판정으로 적이 사기를 잃고 도망가게 하는게 좋을 듯 해요. 특히 GURPS 전투는 길어지기 쉬우니...
    - 집단 위협: (상대방 수/위협자 수)* 1/5 만큼 페널티. 즉, 이 쪽 숫자가 같거나 더 많으면 페널티 없고, 상대방과 1:5 이하면 -1. 힘, 초자연적 능력, 야만성 등을 보여주면 +1~+4, 평판, 실제 대화에 따라 +-1 등.(캐릭터북 p.209, [위협] 기능)
    - 사기 판정(캠페인북 p.561): PC들이 상대보다 특히 강해보이면 +1~+5 (약해보이면 -1~-5),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2, 상대 구역에 침입한 상황이면 -2. [좋음] 이상이면 도망치거나 항복합니다.

  * [응급처치]: 따로 룰은 없지만, 사실 [응급처치]는 부상을 입은 직후에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참 움직이고 한적도 많지만 =_=);


원래는 전투 과정 전반을 룰로 정리하는게 목적이었는데, 하다보니 이런저런 코멘트도 많이 달게 됐네요.^^; 특히 이번에 플레이하면서 '기습'의 효율성을 절감한 것 같고요. 사실 어떤 룰을 살려 쓰느냐에 따라, [지각력], [전술], [전투반사신경] 같은 특성들이 갖는 의의도 달라질 듯 합니다. 가능하면 이를 토대로 전투에서도 그저 전투/무기 기능으로 일관하지 말고 이런저런 관련 기능과 특성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GURPS 전투는 빠르고 치명적입니다. 기습의 효과도 막강하고, 중상 등 일단 궁지에 몰리면 버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HP 회복도 그리 쉽지 않아 전투 결과가 심각하고 오래가도록 만들죠. 이런 점들이 GURPS가 시스템 상 갖는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지난 플레이에서 한 분이 인용한 GURPS 국문 1판의 한 구절을 옮깁니다.

"누구든 마음에는 살의, 손에는 무기를 들고 싸우기 시작하면 어느 한쪽이 죽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 GURPS 국문1판 기본세트,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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