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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캐릭터는 자기 나름의 해결해야 할 과제/갈등/목표가 있습니다.
2. 좋은 캐릭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뚜렷한 아이덴티티/개성이 있습니다.
3a.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 내용에 걸맞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3b.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 내용에 걸맞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4. 좋은 캐릭터는 다른 동료 PC들과 어울리며 서로를 더욱 빛내줍니다.
5.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를 통해 변화되고 채워질 여백이 있습니다.
3.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 내용에 걸맞는 능력과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RPG 캐릭터, 특히 PC(Player Character)들은 유능해야 합니다. 플레이 속에서 PC들은 끊임없는 문제 상황과 마주치고 이를 해결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문제 상황에 대해 PC가 개입할 방편이 없다면, 플레이어도 손가락 빨고 지켜보는 수 밖에 없지요. 따라서 PC들은 플레이에서 주어지는
장애물(인카운터)를 적절히 해결할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PC들이 팀으로 활동하는 모험물에서는, 각 캐릭터가 이렇게 장애물을
돌파할 능력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점은 [PC를 통한 플레이 참여의 난점과 한계]에서 보다 깊이 다루었으니, 참고해주세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캐릭터의 능력보다 내면이 중시되는 인물 중심 플레이에서는 이런 점이
덜할 수도 있습니다. "난관 돌파" 형 플레이는 인물 vs. 외부상황 의 갈등이 주로 부각된다면, "인물 중심" 플레이는 인물 vs. 인물 혹은 인물의 내적 갈등이 부각됩니다 ([RPG에서의 갈등] 참조.) 그렇더라도 플레이에서 이를 펼쳐보이는 데는 관련된 문제 상황이 등장할테고, 여기에 적절한 능력이 필요하겠죠.
D&D
등 환타지 모험물 RPG는 주된 인카운터가 뚜렷할 뿐만 아니라, 클래스 시스템 등을 통해 캐릭터별 역할과 능력을 룰에서 규정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GURPS를 비롯한 포인트 배분 시스템에선 이런 역할 분담과 규정이 임의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자기 인물을
꾸미는 데만 몰두해, 정작 플레이에서 필요한 능력을 놓치는 경우도 있잖은가.. 라는게 문제의식입니다. 한마디로 어떻게 해야
플레이에서 유능하게 제 몫을 해내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래 예는 주로 GURPS 시스템에 맞추었습니다)
3.1. 플레이 내용(배경과 사건)을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에서 어떤 내용을 펼쳐나갈 지 고려해야 합니다. PC들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일들을 겪을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거기에 "중요한"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캐릭터의 개성도 좋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플레이에서 주로 일어날 사건들에 적합한 능력을
갖춰두는 게 기본입니다. 캐릭터의 핵심 능력/역할이 플레이 내용과 직접 연관되는지 반드시 검토하세요.
배경세계와 캠페인 내용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런 점은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배경에서 어떤 내용을 플레이할지 다같이 합의한 내용을 꼭 존중해주세요.
3.2. PC들은 어떤 장애물을 겪는가? : 3가지 문제 상황.
보통 RPG에서 흔히 나오는 문제 상황(인카운터)을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을 듯 합니다. 1) 전투, 2) 사회적 상황, 3) 전문기술/능력이 필요한 난관, 이 세 가지입니다. 각각 아래와 같은 능력이 대응됩니다.
1) 전투
- 공격/방어 실력, HP, 대미지, 무기/방어구, 각종 전투 능력 (전투용 마법 포함).
- 지각력, 전술/전략, 의도 파악, 탈것 조종, 치료/보조 등.
2) 사회적 상황
- 교섭, 말재주, 섹스어필, 협박 / 연줄, 인간관계 / 독심술, 정신조종 능력.
- 거짓말 탐지, 예의범절, 외모, 카리스마, 지위, 계급, 재산 등.
3) 전문기술/능력
- 도둑 기술, 전문 지식, 운전/파일럿, 운동 능력(등반, 수영, 지구력 혹은 완력!) 등.
- 특수한 문제상황 돌파에 쓰이는 특수효과 부류의 마법/초능력.
위 세 가지 각각이 각 장면의 핵심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주로 1) 전투나 2) 사회적 상황은 어느 플레이든 빼놓을 수 없고요, 3) 전문 기술/능력은 보조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3.3. 어떻게 능력을 배분할 것인가?
PC는 적어도 한 영역 이상에서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하고, 다른 영역에서도 최소한 보조적으로나마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 장면에서 별로 할 게 없거든요. 예를 들어, 완전 비전투형 캐릭터도 가능하지만, 이 캐릭터도 전투가 벌어졌을
때 뭔가 나름대로 할 일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전투에 올인해 나머지에 무능한 캐릭터는, 다른 장면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할테고요.
앞서 얘기했듯이 플레이 내용에 따라 위 1)~3)의 중요성도 달라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전투/사회 상황의 비중은 비교적 가늠하기 쉬울 테고요. 전문기술/능력 영역은 좀더 복잡합니다. 이 영역은 대개 매우 폭넓어서 아무도 모든 능력을 다 가질 순 없을
터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에서 "주로" 쓰이는 능력을 감안해, 이들을 분담해야 할 것입니다. 대개 마스터도 PC들이
가진 능력을 중심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하긴 하지만, 이왕이면 플레이 내용에서 잘 쓰일 법한 능력을 갖는
편이 서로 편하겠죠.
3.4. 담당 영역이 중첩되면 어떻게?
다른 캐릭터와 서로 담당 영역이 겹치면, 효율성이나 개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Caravan to Ein Arris] 단편 플레이에서 의종님과 이야기하며 나온 건데, "전투 능력"은 모두가 갖출수록 손해될 게 없는 듯 해요. 또한 전투 능력이라고
해도, 폭넓게 '전투 상황'에 쓰이는 능력으로 보자면 다양한 역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거리엔 약하지만 원거리 지원사격에 강한
타입일 수도 있고, 동료들을 치료하거나 지원하는 능력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제 역할을 담당하며 전투 상황에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상황이나 전문 기술 영역에서도, 서로 약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함께
활약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한 사례로 NPC 포섭에서 "당근"과 "채찍" 역할을 나눠 맡을 수도 있겠죠. 이 부분은 마스터를 비롯한
팀원들이 다같이 고민하고 협력하기도 해야할 터입니다.
영역 자체가 중첩되는 것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나름대로 개성을 갖고 서로를 지원하며 제 몫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결국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보다, 어떤
문제 상황에서건 개입하고 활약할 여지가 있느냐...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3.5. 만능 캐릭터와 올인 캐릭터.
캐릭터의 능력 면에서 생기는 문제로, 1) 플레이 내용과 능력이 걸맞지 않아 무능한 경우, 2) 만능 캐릭터를 만드려는 경우, 3) 한 가지 밖에 못하는 올인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 가 흔합니다. 1)의 경우는,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플레이의 내용과 방향성을 생각해서 캐릭터 능력을 감안하면 될테고요. 아래에선 2) 만능 캐릭터와 3) 올인 캐릭터, 이 두 가지 극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만능 캐릭터도 올인 캐릭터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능 캐릭터의 경우, a) 진정한 의미에서 만능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설령 그게 가능한대도 b) 캐릭터의 개성을 잃게 되며, c) 다른 캐릭터와 밸런스를 무너뜨립니다. 올인 캐릭터의 경우, a) 특기외에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기 어렵고, b) 올인한 영역에서 다른 PC들이 활약할 여지를 봉쇄합니다. 둘 다 캐릭터 자체도 문제지만, 다른 PC를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하기 바랍니다.
여기서 문제로 삼는 것은, 오로지 '만능' 혹은 '한 분야에서 무적'만을 추구한 기형적인 캐릭터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다재다능한 캐릭터나 특기에 많이 치중한 캐릭터 정도는 가능하겠죠. 1) 다양한 장면에서 활동할 여지가 있으면서도, 2) 고유의 특기/역할이 있는 편이 팀 플레이에 적절합니다. 이 양쪽을 놓치지 않으면, 극단에 빠질 위험은 적겠지요.
3.6. 결론.
사실 크게 전투/사회/전문능력 세 가지로 나누긴 했지만, 이 도식만으로 설명하긴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특히 3)
전문기술/능력 범주는 워낙 넓기도 제각각인 면이 있어서요. 그에 반해 전투나 사회적 인카운터는 아마 어떤 플레이든 빠짐없이 등장하니 확실히 신경쓰면 좋겠지요. 그래서 저는 GURPS 플레이에서, 최소한 전투에서 짐이 되지 않을 정도의 전투/방어 능력과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대인관계 능력(영향력 기능 등)을 요구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캐릭터의 '능력'은 플레이어들이 주로 PC를 통해 플레이에 참여하고, 인물
탐구보다는 장애물 극복이 주가 되는 플레이일수록 더욱 중요합니다. 개별 캐릭터의 능력을 구체룰로 명확하게 다루는 시스템일수록 주의해야 할테고요. 반면, 인디 RPG 등의 경우는 개별 PC의 능력 분담은 느슨하게
하면서 대신 캐릭터 성격과 갈등 요소에 초점을 두는 경우도 많지요.
이번 회에선 캐릭터의 '능력'까지만 다루도록 하고요. 다음 회에서 캐릭터의 '성격'에 관해 마저 다루겠습니다. 좀 구체적, 실제적인 조언을 넣다보니 분량이 길어지네요^^;
<< 다음편 예고 >>
3b.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 내용에 걸맞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4. 좋은 캐릭터는 다른 동료 PC들과 어울리며 서로를 더욱 빛내줍니다.
5.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를 통해 변화되고 채워질 여백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