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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에 좋은 캐릭터는 이래야 한다]
1. 좋은 캐릭터는 자기 나름의 해결해야 할 과제/갈등/목표가 있습니다.
2. 좋은 캐릭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뚜렷한 아이덴티티/개성이 있습니다.
3.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 내용에 걸맞는 능력과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5.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를 통해 변화되고 채워질 여백이 있습니다.
2. 좋은 캐릭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뚜렷한 아이덴티티/개성이 있습니다.
RPG의 인물(Player Character)은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RPG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캐릭터가 흥미로운 인물인가에 대해선 사람들마다 생각이 제각각 다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RPG의 캐릭터는 같이 플레이하는 "팀원들에게 어필"하는 캐릭터여야 합니다. 결코 자기 자신만도, 일부 팬덤/매니아도, 모든 대중도 아닙니다. "팀원"들, 즉, 같이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와 마스터가 다같이 흥미를 갖고 공감하는 캐릭터가 좋은 캐릭터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함께 플레이를 공유하는 한 팀이요, 작가요, 배우요, 관객이기 때문입니다. 이 것이 이번 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이자 목표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른 팀원들 모두가 흥미를 갖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캐릭터에 흥미를 가지려면 그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RPG의 캐릭터는 무엇보다 먼저 다른 팀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합니다. 캐릭터 만의 독특한 개성과 주제(1회차에서 얘기한)가 있어야겠지만, 너무 특이하거나 난해해서 함께한 팀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RPG의 캐릭터는 다른 팀원들이 이해하는 만큼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자기 눈에 아무리 멋져 보이고 애착이 깊은 캐릭터라도 함께한 팀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동상이몽 속에서 혼자 인형놀이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받쳐줄 수 있는 팀원들을 만나든지, 아니면 차라리 캐릭터 소설이든 만화든 다른 창작물로 표현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는, 대개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컨셉"이 있습니다. 좋은 캐릭터는 딱 이거다.. 라는 뚜렷한 이미지/인상이 있습니다. 깊이있는 캐릭터라도, 캐릭터를 관통하는 한 가지 핵심이 있고, 그 뼈대 위에 살을 붙인 것입니다. 예전 GURPS 국문 1판 캐릭터시트에는 '캐릭터 컨셉'을 1줄로 쓰는 란이 있었는데, 저는 그게 무척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요약하는 습관이 배어 있습니다. 1줄짜리 컨셉을 보고 나머지 배경설정과 시트의 세부사항들이 그를 중심으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여러분의 캐릭터는 '한 줄의 설명'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캐릭터라면, 너무 복잡한 인물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능하면 캐릭터를 구상하고 만들 때부터 이렇게 "하나의 컨셉"에서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로키 님의 '주인공(PC) 만들기'(http://blog.storygames.kr/entry/pc-making )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 전형성 vs. 독창성
이해하기 쉬운 인물은 어느정도 전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만화/영화/게임 등 다양한 장르 매체에서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인물 타입이 있습니다. RPG 시스템의 클래스, 종족 등도 어느 정도 캐릭터를 규정짓는 원형(prototype)으로 작용하고요. 이런 전형성을 활용하면, 보다 익숙하고 대중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인물을 만들기 좋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한편, 너무 전형적인 이미지로 치우치면 진부하고 별 개성없는 인물이 될 위험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흥미로운 인물은 전형성을 탈피한 나름의 독특한 면모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형성을 넘어서 캐릭터를 고유의 인물로 다른 캐릭터와 구분짓고 풍부하게 만드는 개성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반면, 독창성을 추구하다가 캐릭터가 대중적인 공감대를 잃고 이해하기 어렵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RPG용 캐릭터라면 가급적 전형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단편 플레이나 단기 캠페인이라면, 가능한한 전형적이고 알기 쉬운 인물들로 구성하는 편이 좋습니다. 캐릭터를 파악하고 공감해갈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인물이 늘 진부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작품에서 되풀이해서 등장하는 원형(prototype)은, 그만큼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는 인물 자체의 힘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독특하고 깊이있는 면모는 가능하면, 플레이 시작 전에 개인적으로 설정하기보다 플레이를 통해서 나타나고 쌓여가는 쪽이 바람직합니다. 제 경험으로도 캠페인 시작 전부터 혼자 열의에 불타올라 캐릭터 설정을 쭉 파고들은 적이 몇 번 있는데, 실제 플레이에는 만족스러울 만큼 반영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 플레이 중에서 꽃피울 가능성의 "씨앗"을 심어두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선 '5.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를 통해 변화되고 채워질 여백이 있습니다.'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요약하겠습니다. RPG의 캐릭터는 같이 플레이하는 팀원들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팀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해하기 좋은 캐릭터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핵심 컨셉을 중심으로, 캐릭터의 거의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RPG, 특히 단기 플레이에선, 장르 규칙의 전형성을 잘 활용하면 한 눈에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의 캐릭터는 어떻습니까? 한 눈에 어떤 인물인지 알아볼 수 있나요? 함께한 팀원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나요? 캐릭터 설정이 제대로 플레이에서 살아나지 못하거나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돌이켜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회의 내용이 RPG 캐릭터에 있어 가장 당연하고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회차에서 다룬 캐릭터 고유의 갈등/주제에 비춰 또 생각해봅시다. 캐릭터 고유의 주제는 캐릭터의 개성/아이덴티티를 뚜렷이 하는 핵심이지요. 그만큼, 이러한 캐릭터에 내재된 갈등/주제는 함께한 팀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플레이에서 빛을 발할 수 있죠. 그리고 그러한 내용이 캐릭터 설정과 시트에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합니다. 팀 내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캐릭터 주제의 '내용'과 '형식'이 갖춰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음 회에서 또 찾아뵙겠습니다. (생각보다 여러가지로 바빠서 많이 늦어졌네요. 에휴;_;)
5.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를 통해 변화되고 채워질 여백이 있습니다.
한 줄 요약은 캐릭터 컨셉/이미지/정체성을 일관되고 뚜렷하게 하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이라, 주로 직업/역할 면의 정체성에 수식어를 붙인 식이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차원을 넘나들지만 옆집 할아버지 같이 소탈한 대마법사", 뭐 이런 식으로.. --; 다른 사람들이 내 캐릭터를 이렇게 봐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포인트를 좀 강조해도 괜찮겠죠.

